첫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 영업직을 맡았던 나는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심도깊게 대화를 했던 적은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에 경제 토론이나 학교에서 발표하던 부분들이 전부였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해본 경험이 부족했고, 사회로 나가 대화를 할 경우에 나에 대해서 돌이켜보았다. 취준생들이 면접을 보게 되거나 다른 곳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서점 한 켠에 있던 '말그릇'이라는 책이 나의 주의를 끌었다.
이 책의 저자인 셀레스트 헤들리는 1999년부터 NPR과 PRI 등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20년 가까이 뉴스 진행 및 다양한 프로그램의 호스트를 맡았다. 또한, CNN, BBC, PBS, MSNBC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면서 미국 최고의 방송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가 TED에서 진행한 대화법 관련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1,3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함으로써 대화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녀가 집필한 책은 ‘2017년 NPR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실버 노틸러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조지아주의 공영 방송국에서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저자이자 강연가, 대화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yes24 발췌)
센스 있는 제목 답게 말을 하는 기법이라던지, 기술을 내세우지 않고 센스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말을 하는데 딱 정해져있는 듯한 서적은 읽어도 내 기술로 습득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흔하게 퍼져있는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라던가, '말꼬리 반복하기' 등이 특히 그렇다. 상황마다, 대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대화할 텐데 실용적인 기술이라며 절대적인 것처럼 소개한 글들을 보면 효과가 있나 싶다. 그래서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센스가 있어야 한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기술이란 것이 없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제목이었다.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즉시 말 잘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신뢰가 갔다. 저자는 대화를 하는 자세의 중점을 두어 서술했다. 추상적인 내용들이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대화를 점검하고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며 평소에 대화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은 공감이 갔다. 내가 그랬던 적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을 읽으며 과거 경험을 곱씹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하던 대화들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등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자신의 행동 이유를 안다는 것은 재밌었다.
해당 내용이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것이지만 위화감은 없다. 핵심은 제한적인 기술이 아니라 대화에 임하는 자세를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실용적인 기술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뻔해 보이지만 속 깊은 이 방법들을 알아두는 것은 권하고 싶다. 대화를 하면서 바로 내용을 적용할 수는 없겠고, 완벽한 대화란 저자가 말했듯이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후에 대화를 곱씹으며 반성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면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건강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는 관계의 기반이며, 관계는 신뢰를 토대로 한다. 당신은 '자기 지식의 한계에 대해 더 솔직해지면 질수록,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에 그만큼 더 무게를 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의 아집을 바꾸는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쉽게 바꿀 수 없는 면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무언가를 인정하려는 마음을 준비해야만 할 것 같다.
사람들은 SNS에 익숙해진 나머지 누군가와 대면해서 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로 얘기를 나누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이 부분에서 주변 사람들 생각이 났다. 심하면 가게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카오톡이나 메세지 등에 익숙해져 전화는 반기지 않는 사람들은 흔하기까지 하다. 음성 대화가 옳다는 건 아니지만 기피할 정도로 변하는 사회는 어색해 보인다.
말센스는 경청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하고 싶었던 말, 망설이던 말, 감춰두었던 말이 드러나도록하는 것이다.
스피치 스터디 생각이 났다. 낯선 사람들끼리 말을 잘하고자 모였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제대로 듣는 법을 연습한 것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잘 들으며 적절한 리액션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은 즐거웠다.
자기 견해를 분명히 표현하고 싶다면 블로그에다 글을 써라. 하지만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자신의 견해를, 최소한 잠시 동안만이라도, 한편으로 치워놓아야 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대화 중 나와 다른 견해를 말할 때, 내 견해를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토론이나 논쟁이 목적이 아니라면 듣고 이해하고 넘기면 된다. 우리는 말을 잘하기 위해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대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생각에만 탐닉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인내력과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내가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갈망하는 이유. 책을 읽고 혼자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도 자신이 인식하는 세상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또한 나의 세계를 확장해준다. 게다가 책에서 말하길 인내력과 집중력까지 기를 수 있다니 대화를 가지는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센스있게 받아치는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먼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들을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듣는 마음, 틀에 갇혀 있는 사고를 가지고 대화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서로 공감하며 좋은 방향으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해주며 좋은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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